유럽 여행, 어디까지 다녀보셨나요? 저는 여행지를 고를 때 작가들이 머물렀던 도시나 소설의 배경이 된 장소에 끌리는 편이에요. 낯선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며 한 작가의 삶을 떠올리고, 그들의 문장을 곱씹으며 걷는 여행은 언제나 특별했어요.
이번에는 유럽의 대표적인 문학 도시들을 기차로 연결해 여행하는 코스를 직접 다녀왔습니다. 아일랜드 더블린, 영국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 프랑스 파리, 체코 프라하. 이 도시들은 단순히 책 속에 등장하는 배경이 아니라, 지금도 그 문학의 흔적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곳이었어요.
사실 이 여정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주 사소했어요. 한밤중 침대 옆에 쌓인 책들 사이에서 오래전 밑줄 그은 문장을 다시 발견한 거예요. “삶은 이야기다.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아보는 건 더더욱 중요하다.” 그 문장을 다시 음미하며 ‘내가 읽었던 이야기의 공간을 직접 걸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며 도시를 정하고, 기차 노선을 검색하고, 루트를 짜는 과정도 또 하나의 문학적 상상처럼 느껴졌습니다.
📖 더블린, 제임스 조이스의 도시
여행의 출발지는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이었어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읽고 떠난 도시였기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블룸스데이 거리를 찾았죠. 매년 6월 16일, 전 세계 조이스 팬들이 이곳에 모여 조이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퍼포먼스예요.
제가 방문한 곳은 James Joyce Centre였고, 그 안에는 조이스의 손때 묻은 가구, 원고, 초판본까지 전시되어 있었어요. 도슨 거리의 오래된 책방에서 조이스의 희귀본을 발견했을 때, 문학과 여행이 교차하는 찰나의 기쁨을 느꼈죠.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이 도시의 골목골목이 소설 속 배경 그대로라는 점이었어요. 조이스가 묘사한 더블린은 현실의 더블린과 거의 일치했어요. 문학이 현실을 기록한, 혹은 예언한 듯한 묘한 감동이 밀려들더라고요.
📌 더블린 – 제임스 조이스를 따라 걷기
- James Joyce Centre – 조이스의 삶과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전시
- Eccles Street – 『율리시스』 속 블룸의 집 주소
- Sweny’s Pharmacy – 소설 속 등장 장소, 지금은 조이스 낭독이 열림
- Trinity College Library – 중세 필사본과 함께 문학의 성지
- 블룸스데이 루트 – 매년 6월 16일 조이스 팬들이 따라 걷는 공식 루트
🎭 셰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
더블린에서 비행기로 런던으로 이동한 후, 기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셰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으로 향했어요. 도착하자마자 고즈넉한 강가 풍경과 중세풍의 건물들이 반겨주더군요. 셰익스피어가 유년 시절을 보낸 셰익스피어 생가는 물론, 그의 마지막 안식처인 교회까지 세세히 둘러봤어요.
운 좋게도, 저는 로열 셰익스피어 극장에서 『템페스트』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어요. 무대에서 쏟아지는 영국 특유의 연극 감성과 배우들의 호흡은 정말 인상 깊었고, 마치 400년 전 셰익스피어가 지금도 그곳에 살아있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죠.
이 도시에는 특별한 문학 산책로가 있어요. Avon 강변을 따라 걷는 '셰익스피어 루트'는 조용하고 운치 있어 혼자 걸으며 생각하기 좋았어요. 이곳에서는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삶 속에서 문학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더군요.
📌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 – 셰익스피어의 고향
- Shakespeare’s Birthplace – 셰익스피어가 태어난 집, 내부 관람 가능
- Hall's Croft – 그의 딸과 사위가 살던 집, 엘리자베스 시대 의료 전시 포함
- Royal Shakespeare Theatre – 고전극 공연 관람 필수
- Holy Trinity Church – 셰익스피어의 무덤이 있는 곳
- Avon 강 산책로 – 셰익스피어 문학 루트 따라 걷기
🗼 파리, 헤밍웨이와 보들레르의 발자취
파리는 예술과 문학이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에 특히 문학의 도시 파리를 테마로 움직였어요. 라탱 지구와 생제르맹 거리, 그리고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은 제게 너무나도 특별한 공간이었어요. 2층 낡은 창문 옆에 앉아, 헤밍웨이의 『파리는 날마다 축제』를 읽으며 창밖을 바라보던 시간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파리의 문학적 분위기는 단순히 낭만적인 느낌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책처럼 느껴졌어요. 특히 뤽상부르 공원에서 책 읽는 사람들의 모습, 거리 악사들이 연주하는 쇼팽의 선율은 문학과 삶이 연결된 하나의 풍경이었죠.
사실 저는 여행 중에도 도시별로 어울리는 책을 일부러 챙겨 다녔어요. 기차 안에서 조용히 흐르는 시간 속에 조이스, 셰익스피어, 헤밍웨이, 카프카의 문장들이 마치 창밖 풍경처럼 흘러가더라고요. 이동이 단순한 경로가 아닌 문학 속 장면을 건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 파리 – 헤밍웨이와 보들레르의 발자취
- Shakespeare and Company 서점 – 전 세계 문학 애호가들의 성지
- 생 미셸 거리 & 라탱 지구 – 헤밍웨이, 피츠제럴드가 즐겨 찾던 거리
- Café de Flore – 사르트르, 보부아르의 단골 카페
- 뤽상부르 공원 – 문인들이 글을 쓰고 산책하던 장소
- 보들레르의 생가 & 기념 명판 – 건물 외벽에서 찾을 수 있음
📚 프라하, 프란츠 카프카의 어두운 매력
이번 여행의 마지막 도시는 체코 프라하였습니다. 이곳은 프란츠 카프카의 도시로 알려져 있죠. 그의 작품 『변신』과 『성』에서 묘사된 억압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실제 프라하의 구시가지에서 생생히 느껴졌어요.
프라하 성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풍경은 한 편의 소설이었어요. 골목은 복잡했고 건물들은 고풍스러우며, 거리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작은 박물관들과 서점들이 숨어 있었죠. 카프카 박물관에서는 그의 불안과 상상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차로 이동하며 책을 읽고, 각 도시에서 직접 책의 배경을 걷는 경험은 정말 특별했어요. 저는 이 여행을 통해 단순한 독서가 아닌, 문학을 실천하는 여행자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프라하 – 카프카의 미로를 걷다
- Franz Kafka Museum – 카프카의 작품과 불안한 세계관을 시각화한 전시
- 황금소로(Zlatá ulička) – 작가들이 살던 중세풍 골목, 카프카도 한때 거주
- 구시가지 광장 주변 서점 탐방 – 체코 문학과 카프카 관련 도서 풍부
- 유대인 지구 & 카프카 동상 – 그의 출생지 주변 산책 추천
- 프라하 성 전망대 – 도시 전체를 조망하며 『성』의 배경 상상하기
🚆 문학 도시 기차 여행 팁
- 유레일 글로벌 패스를 활용하면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롭고 경제적입니다.
- 각 도시의 도서관이나 문학센터를 미리 조사하고 일정에 포함해 보세요.
- 문학 축제가 있는 시기를 노리면 색다른 체험이 가능해요.
- 도시마다 ‘문학 산책 루트’가 있으니, 앱(GPS My City 등)을 활용해 보세요.
💬 마무리: 책 한 권, 기차 한 칸, 도시 한 장면
이 기차 여행을 통해 저는 도시를 '관광지'가 아닌 '이야기'로 읽는 법을 배웠어요. 더블린의 조이스, 셰익스피어의 잉글랜드, 파리의 헤밍웨이, 프라하의 카프카. 그들은 책 속 인물이 아니라 도시 그 자체였습니다.
혹시 당신도 여행을 사랑하고, 책을 좋아하시나요? 그렇다면 이 문학 기차 여행은 분명히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페이지가 될 거예요. 다음엔 러시아의 도스토예프스키, 이탈리아의 단테 루트를 따라 또 한 번의 여정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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